오랜만의 영화 포스팅.
3.1 휴일을 맞이하여 '리틀 포레스트' 라는 영화를 봤다.
'리틀 포레스트' 작은 숲이라는 제목부터 편안하게 다가왔고, SNS에서도 추천하는 글이 많아 선택하게 됐다.
최근 3년 이내에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가 되었다.
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평소에 못하던 생각을 갖게 해주는 영화
그리고 이해하지 못했었던 것들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.
리틀 포레스트는 이 두 가지 모두 나를 충족시킨 영화인 것 같다.
먼저, 나에게 농촌에서의 생활이 매력적인 요소들을 정말 잘 설명해주었다.
개발자의 관점에서 보면 리틀 포레스트의 여자 주인공은 풀스택 요리사이다.
직접 씨를 뿌리고, 농사를 지어 만들고 요리까지 해서 정말 멋진 요리들을 해먹는다.
정말 멋지고 가치있어 보였고, 매력적 이면서 그 동안 엄마가 만든 음식들이 왜 맛있었는지를 깨
닫게 해주는 장면이었다. 우리엄마는 풀스택 요리사였다..!
내가 하고 있는 서버 개발자라는 직업 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자들에게 풀스택 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. 반도체는 어떻게 만들 것이며, 또 반도체로 회로를 설계하고, 회로로 컴퓨터
를 만들고, OS, 응용 소프트웨어... 불가능하다. 하지만, 영화에서 혜원은 마지막 완성품인 요리에 필요한 모든 level의 작업들을 컨트롤한다.
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.
조금 더 생각해보면 농부는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해결 했고, 반도체(전자 산업)은 모든 세계를 연결하고 시스템화 했다.
전자 산업이 더 가치있는 일이 되버린 배경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
두 번째로는 리틀 포레스트는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에 대한 이해를 갖게 해준 영화다.
내가 태어날 때 부터 함께 산 할아버지는 전업 농부셨고, 부모님 또한 전문 농업인은 아니셨지만 텃밭에 야채와 논에 벼를 심으셔서 농사를 지으셨다.
사실 나는 어릴적에 농사일이 너무 싫었다. 농사일은 정말 힘든데 그에 대한 대가. 즉 돈을 많이 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
일하고 오신 아버지가 또 힘들게 농사를 지으시는 모습이 내 눈에는 절대 이해할 수 가 없었다.
이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, 어머니가 했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떠올랐다.
직접 농사 지으신 감자, 상추, 고추 , 쌀, 토마토 등을 맛있게 드시면서 행복해 하셨던 표정들이 생각났다.
왜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를 지으셨고, 왜 어머니의 식탁이 서울에서 만날 사먹는 음식보다 그토록 맛있었는지...
어릴 때는 너무 당연해서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서울에 상경한지 7년의 삶과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.
직접 지은 농산물과 수산물의 맛,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.
어릴 때 이 영화가 나왔다면, 지금 처럼 크게 먼가 느끼지는 못했어도 부모님의 삶을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든다.
이번 달에 집에 내려가면 농사를 지으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전히 힘들기는 하지만 기쁘게 도와 드릴수 있을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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